인간 vs 인공지능의 토론 (2편), AI를 토론 학습 튜터로 활용하는 방법

인간 vs 인공지능의 토론 (2편), AI를 토론 학습 튜터로 활용하는 방법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한 강의에서 뇌과학자인 김대식 교수님은 "지금 10대들이 직업을 갖는 시대에는 100% 생성형 인공지능과 경쟁할 것"라면서 "그런데 아이들에게 경쟁력을 안 키워주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교육이 시도되고 있는데요, 토론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커버 이미지_미드저니로 제작.)

anotherthinking

글로벌 IT 기업에서 오랫동안 개발자로, 책임자로 일해온 지인이 3~4년 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동료가 요즘 잘 하는 농담이 있는데요, AI에게 밉보일 만한 흔적을 남겨두지 말래요. 앞으로는 AI에게 잘 보여야 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어딘가에 AI를 칭찬하는 댓글이라도 남겨 놓으라고 하더라고요. 'AI 화이팅!' 뭐 이런 식으로요.(웃음)"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듣는 저도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불과 몇 년이 지났을 뿐인데 요즘 그때 나눴던, '오로지 농담'이라고 받아들였던 그 대화가 자주 생각납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매일 업데이트 되는 AI의 발전과 새로운 기술의 발명에 대해 접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지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일지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일각에서는 AI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대해 감탄하고 흥분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그보다 더 큰 크기의 걱정과 불안이 넘쳐 납니다. 어떤 전문가가 나와서 "인공지능의 발전은 새로운 기회"라고 말하면 기대감이 커졌다가도, 공신력 있는 누군가가 그 위험성을 말하고 나서면 또 불안해집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AI의 위험성을 알리겠다"며 구글에 사표를 낸 딥 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가 "그간의 연구를 후회한다"고 말했을 때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기회론자들과 위기론자들은 극명하게 대치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모두 공통적인 사실에 기반합니다. 'AI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세상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탄생을 가능케 한 장본인인 제프리 힌턴 교수는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소수의 학자들만 AI가 실제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본인도 그랬다"면서 "(AI가 인간을 따라잡는 데) 최소 30년에서 50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백하기도 했죠.

새로운 세상을 목격하며 아직 어리둥절해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현실 같습니다. 특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더더욱 기회론과 위기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수 밖에요. 다만 한 가지, 하도 인공지능에 대한 말들이 많아지자 '인공지능은 어차피 기계에 불과하다'면서 '호들갑 떨지 말라'는 반응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렇게 애써 외면하는 태도가 어쩌면 가장 위험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뇌과학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님은 이런 반응들에 대해 타당한 면이 있다고 긍정하면서도 "지금 당장은 강한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몇 년 내 등장할 진짜 미래형 인공지능의 예고편 같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더구나 그 '미래'라는 것이 1년일지, 몇 년 일지, 아니면 몇 달일지 그 속도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더 문제라는 거죠. 새로운 인공지능의 발명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 놀라운 속도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나온 뉴스들만 보더라도 '생각을 읽어서 텍스트로 표현해주는 AI의 개발', '생각을 이미지로 생성해주는 AI 기술의 등장', '인간과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AI 챗봇의 출시' 등 소식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할 지경입니다.)

이미지_픽사베이

<인간 vs 인공지능의 토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 조금 긴 서론을 푼 까닭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이후로 태어난 아이들, 즉 알파세대는 현실보다 디지털 세상을 '고향'으로 여긴다고 하죠. 한동안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21세기의 아이들을 여전히 20세기의 방식으로 가르친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20세기 방식'은 마치 19세기와 21세기의 차이만큼 더 간극이 크게 느껴질 겁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이제 더는 물러설 데 없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한 강의에서 김대식 교수님 역시 비슷한 발언을 했는데요. "지금 10대들이 직업을 갖는 시대에는 100% 생성형 인공지능과 경쟁할 것"라면서 "그런데 아이들에게 경쟁력을 안 키워주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20세기 방식'이라고 꾸준히 문제 삼아온, 똑같이 공부하고 머리에 채워넣고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올인하고 있는 현실을 심지어 "불도저가 등장했는데 삽질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까지 비유했습니다. 우리가 왜 생성형 인공지능이든 메타버스든 미래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이죠.

앞선 글(인간 vs 인공지능의 토론(1편), 해리시는 프로젝트 디베이터를 어떻게 이겼나)의 말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수시로 챗GPT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고 토론 이슈를 던지며 대화를 시도합니다. 더 다양하고 깊은 답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도 해보고 도발도 해보고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나 구현해보고 싶은 이미지를 열심히 설명하고 그려달라고도 합니다. 결과물이 늘 만족스럽지는 못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내 생각에 근접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까 ,프롬프트를 달리하고 표현 방법을 궁리합니다. SNS 마케팅을 도와주는 글 작성을 해준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상황을 설정하고 광고 카피나 캐치 프레이즈를 작성해보라고도 합니다. 또 사진으로 동영상을 제작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단한 영상을 제작해보기도 하는 등 새로 출시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체크하고 가능하면 모두 직접 경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그 자체로 새롭고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기는 합니다만, 그보다는 '지피지기'의 심정이 더 큽니다.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활용이든 대처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접하고 경험해보는 입장에서 보자면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는 분들은 대부분 직접 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애써 불완전한 면만 보려고 했을 수도 있고요. 일부 프로그램은 실망스럽기도 하고, 실제 기능보다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하지만, 겪어보면 겪어볼수록 왜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기대감을 내비치는지 혹은 우려와 걱정을 내놓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감탄이나 두려움으로 끝내진 않습니다. '어떻게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까'를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면. AI대한 감시와 규제, 윤리 같은 측면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되 동시에 내 삶에 끌어다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이니까요.

이미지_픽사베이

자 그럼 토론 학습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이미 영어학습에서는 챗GPT를 활용하는 학습법이 빠르게 확산 중인데요, 토론 역시 챗GPT와 같은 AI 챗봇을 '튜터'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언어적 부분에 대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겠죠? 대부분의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영어를 기반으로 한 만큼 영어 공부는 몰라도 우리말로 하는 '토론'이 가능할 수 있을까, 회의적일 수 있을 테니까요. 영어로 아무 문제 없이 능숙하게 토론이 가능하다 하는 분들은 예외로 하고, 인공지능을 토론 학습에 이용할 때는 '번역기' 사용을 권합니다.

물론 번역기를 사용했을 때 오차는 분명 존재합니다. 내가 한 말이 잘못 전달되기도 하고, AI챗봇의 답변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문장과 문맥 상의 오류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토론을 위한 연습이자 훈련의 과정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활용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미 많은 번역 프로그램이 상용화되었습니만 딥엘(DeepL)을 추천합니다. 2017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돼온 독일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딥엘 스스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기계 번역기'를 자처할 정도로 정교함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간 한국어 서비스가 되지 않았는데 올해 초 드디어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죠. (한 가지 귀뜸하자면 제 주변의 영어를 꽤 잘하는 분들도 해외 자료 원문 등을 볼 때는 딥엘 서비스를 많이들 이용합니다. 아무래도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고, 일차적으로 번역을 해주면 추가적인 확인만 하면 되니까요. 혹시라도 번역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 혹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실까 봐 해드리는 말씀입니다.)

이제 언어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전제를 깔고 어떤 방식으로 챗GPT를 토론 학습에 이용할 수 있을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도 챗GPT를 기반으로 하지만 주로 짧은 대화에 더 적합하다는 측면에서 챗GPT가 토론 학습에는 적합합니다.)

1. 질문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 상대로 활용

질문하는 능력은 인공지능 시대 이전에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필수를 넘어 절대적인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챗GPT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직업인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인공지능에게 알맞은 질문과 지시를 텍스트로 내리는 방식이 바로 프롬프트인데, 이 프롬프트가 더 정교하고 정확할수록 인공지능이 원하는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에 중요해지고 있는 겁니다. 챗GPT를 비롯한 수많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프롬프트 기반이고,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걸 어디까지 끌어낼 것이냐가 바로 이 '질문'에 달려 있으니, 국내외 기업들이 수억대의 연봉을 내걸고 능력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에 열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위한 훈련법으로서  챗GPT를 '질문 연습 상대'로 삼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그 지점을 목표로 할 것인가 아니냐 역시 순전히 개인의 몫일 테고요.

토론에서도 질문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토론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대며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지만, 이때 상대방의 허점이나 오류를 지적하고 더 깊이 파고드는 '질문의 힘'은 아주 중요합니다. 찬성과 반대의 형식을 갖춘 토론이 아니라 '혼자 하는 토론'이라 하더라도 '이런 주장은 무엇이 문제일까' '어떤 오류가 있을까' '이 근거의 약점은 무엇인가' 등을 생각하고 질문을 떠올려보는 일은 논리력을 키우고 생각 근육을 발달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자, 그런데 우리는 질문을 힘들어 하죠.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은 20세기의 교육 방식에서도 똑같이 강조되던 내용인데 여전히 질문을 하라고 하면 긴장감이 엄습합니다.

챗GPT를 질문 연습의 상대로 삼는다는 건 이런 측면에서 두 가지 강력한 장점이 있는데요,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내가 어떤 질문을 하든 반응해주고 답을 해주며 대화를 진행해나갈 상대가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바로 그 상대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이 질문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 지,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지, 질문의 퀄리티 자체에 대한 평가는 어떨지, 이 질문을 해도 될지 하지 말아야 할지 머릿속에서만 수만가지 고민을 하느라 정작 내뱉어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우선, 최근에 이슈가 됐던 내용이나 혹은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대화' 토픽으로 정하고 그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나씩 풀어가보는 방식으로 진행해 보세요. 기억할 점은 챗GPT에게 정보를 얻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아, 그렇구나' 하고 끝나는 질문은 생산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정보가 아닌 가능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나 '나의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묻는 질문을 많이 해보세요. 챗GPT는 의견도 생각도 없는 AI이지만 '의견이 없습니다'라는 전제를 깔면서도 답변을 해줍니다. 정보가 아닌 의견이 오가는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질문 확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챗GPT의 답변 중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이어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질문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질문을 떠올리는 것이 훨씬 편해지게 될 겁니다.

처음에는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질문도 결국 스킬이라서, 조금씩 훈련하다 보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어떤 질문을 할 때 대화가 더 잘 그리고 깊이 있게 이어지는지 깨달음이 옵니다. 중요한 건 실행력! 최근 관심 갖는 분야, 논쟁적인 이슈, 아니면 아주 고전적인 토론용 논제를 두고 질문을 던져 보세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챗GPT는 아주 민감한 이슈에 대해 답변을 피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인데요, 이 또한 질문과 답을 이어가다 보면 '어떻게 돌려서' 질문하면 좋을지 터득하는 순간을 맞게 될 겁니다.    

이미지_픽사베이

2. 토론 주제 선정에 대한 도움

그래도 무엇으로 토론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예 감이 안 잡힌다면 본인의 관심사, 분야 등에 대해 언급하고 초보자용 토론 논제 자체를 도움 받을 수도 있습니다.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와 지식을 섭렵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초등학생 어린이용 토론 주제, 청소년 대상 토론 주제 등 연령대를 제시하고 적절한 토론 주제를 제시해 달라고 해도 됩니다. 인류가 오랫동안 논쟁해온 지극히 고전적인 토론 주제나 지금 현 시대에 반드시 논의해보면 좋을 주제도 챗GPT가 알려줄 수 있죠.

단, 챗GPT는 교과서 같은 데가 있습니다. 신박하고 창의적인 주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토론 초보자로서 대중적이고 기본적인 논제부터 접근해보고 싶다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다양한 실전 토론 경험 쌓기

챗GPT를 토론 튜터로 활용하는 최적의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챗GPT와 찬반 역할을 나누고 직접 토론을 해보는 것입니다. 토론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릅니다.

  • 토론 상황을 설정하고 논제 의논하기_챗GPT는 기본적으로 질문에 답을 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질문을 던지면 한 쪽 입장을 견지하기 보다 균형적인 중간자적 입장을 취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토론을 하기로 상황 설정을 알려준 뒤 논제를 공유하면 됩니다. 토론 논제는 미리 정해도 좋고, 챗GPT에게 물어도 좋겠고요.

tip) 직접 해봤더니... 챗GPT가 중간에 자꾸만 지금이 토론 상황을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토론 상황'이라는 점을 다시 주지시켜 주세요. 챗GPT와 토론 연습을 할 때는 아주 기본적인 잘 알려진 논제나 토론자가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논제를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연습용 토론부터 질문도 할 말도 떠오르지 않는 어려운 논제를 택할 필요는 전혀 없겠죠?

  • 찬반 역할 정하고 입론 부터 시작하기_논제에 대해 누가 찬성을 할 지 반대를 할 지 결정합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본인이 먼저 편한 입장을 맡고 반대 측은 챗GPT에게 하게 하세요. 입론-반론-최종 변론 같은 토론의 형식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만,  처음엔 아니더라도 서서히 형식을 갖춰서 발언하는 것도 해보면 좋습니다. 반론을 펼치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입장 표명만 하지 말고 앞서 말했던 '질문 연습'이 함께 될 수 있도록 챗GPT의 답변에 더 구체적인 근거를 요청하거나, 허점이나 오류에 대해 지적하거나, 챗GPT가 놓치고 있는 틈새에 대해 질문하는 방식으로 반론을 이끌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 찬반 역할 바꿔서 같은 논제로 한 번 더 토론하기_일상 토론에서도 찬반 역할을 바꾸어 보는 것은 상대편 입장을 헤아리고 생각의 균형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되는데요, 이 부분을 챗GPT를 상대로도 훈련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토론했던 논제로 역할을 바꾸면 앞서 챗GPT가 주장했던 근거들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입장이 바뀐 챗GPT가 어떤 근거와 논리를 펼치는지를 보며 스스로를 점검해보는 공부가 되기도 합니다.

tip) 직접 해봤더니... 챗GPT와 토론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논리나 데이터로 싸워서는 절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챗GPT는 1, 2, 3... 하면서 논리 정연하게 정리된 근거들을 내세우는데요, 같은 방식으로 논거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며 토론하려고 하면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인간 토론자로서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질문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개인의 경험을 내세우거나 우리 주변과 사회의 보편적인 흐름과 의견, 또 감정적인 호소 등을 내세운 설득도 좋습니다.

일례로 챗GPT와 '소셜미디어는 유용한가'라는 논제로 토론을 진행했을 때, '유용하다'는 입장으로 먼저 토론한 챗GPT에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실제 그 부분에 대해 보고 들었던 개인적 경험담,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 소득 격차에 따른 디지털 환경 및 교육 격차 등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정답 같은 주장을 펼치는 챗GPT에게 질문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토론에 대해 평가 요청하기_토론이 끝난 후에는 토론에 대한 평가를 요청해보세요. 특히 인간 토론자인 '나'의 주장과 근거들은 어떠했는지, 어떤 점이 강점이었고 개선할 부분은 무엇인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tip) 직접 해봤더니... 여기서도 질문력은 중요합니다. '내 토론이 어땠는지 평가해줘'라고 말하면 그야말로 전반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피드백이 돌아올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는 전반적 평가에 이어 한 가지씩 정확히 짚어서 피드백을 요청해보세요. 근거로 내세운 정보는 어땠는지, 논조나 어휘 등이 설득에 적절했는지, 상대(챗GPT)에게 던진 질문은 날카로웠는지, 어떤 질문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지, 최종 변론을 할 때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는지 등등 질문을 구체화할수록 디테일한 평가와 조언을 들으며 토론 학습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AI 웹페이지 화면 캡처. 

자, 어떤가요. 막상 정리를 해 놓고 보니 절차가 복잡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만, 실은 제가 늘 주장하는 것처럼 토론의 시작은 대화입니다. 아주 똑똑한 대화 상대, 그것도 언제든 말 걸고 질문할 수 있는 대화 상대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수시로 여러 문제에 대해 챗GPT를 활용해 다양한 대화 연습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훌륭한 튜터가 생겼는데 활용하지 않으면 우리만 손해입니다.

한 가지 추가적인 팁을 드리자면, 오늘은 챗GPT를 활용하는 토론 학습법을 이야기했지만, 캐릭터 AI(character.ai)를 이용해 특정 상대를 골라 그 인물의 특성에 맞는 주제로 대화해보는 것도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캐릭터 AI에서는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들부터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같은 유명 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을 골라 대화할 수 있는데요, 당연히 데이터나 정보력 등은 챗GPT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만, 그 인물의 특성을 생각하면서 적절한 논제를 고른다면 재밌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토론 수업을 진행 중인 아이들에게 캐릭터 AI에서 인물을 골라 '토론하기' 숙제를 내주기도 하는데요, 이때 아이들이 그 인물을 선택한 이유, 그 인물과 나눠볼 논제로 어떤 이슈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어떤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했는지를 보면 꽤나 흥미로울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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