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이 불법인 나라 독일, 왜 그럴까?

홈스쿨링이 불법인 나라 독일, 왜 그럴까?

독일은 홈스쿨링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국가의 교육 책임'이 그 배경이지만 다툼과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anotherthinking
"내일 아침에 눈 많이 온다는데, 그런 날은 온라인 스쿨 하면 좋겠다, 그치?"
"아, 학교 가기 싫다~~!"
"그래? 그럼, 학교 다니지 말고 우리 홈스쿨링 할까? 엄마가 다 가르쳐줄게! 엄마가 잘 가르칠 것 같지 않아?"
"음, 근데 독일어는 안 될걸? 프랑스어도?"
"그런 건 또 방법이 있겠지. 근데 너 독일에서는 홈스쿨링이 불법인 거 알아? 홈스쿨링 하면 경찰이 출동해."
"진짜? 우리나라도 그래?"
"우리나라는 아니지, 우리나라는 홈스쿨링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더라. 근데 너는 독일에서 홈스쿨링이 불법인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다음 날 아침 폭설 예보를 이유로 '학교 가기 싫다'로 시작된 아들 아이와의 대화는 '독일 내 홈스쿨링 금지'를 주제로 한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홈스쿨링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야기하게 되고, 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한 장단점도 함께 논하게 됐습니다. 아이의 결론은 홈스쿨링보다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게 낫다는 쪽이었지만, 독일이 법을 동원해 홈스쿨링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었습니다. 교육의 의무가 있다고 해도 어떤 교육을 받을지는 선택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는데요, 섣불리 결론을 내기는 당연히 어려운 주제였지만, 독일 교육을 받는 아이 입장에서는 꽤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주제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지난 2019년은 독일이 홈스쿨링을 금지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해 독일 언론에서는 홈스쿨링 관련한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례가 있었는데요, 2013년부터 무려 6년 간 홈스쿨링 권리를 위해 법적 투쟁을 해온 한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습니다. 당시 유럽 통신원으로 독일과 유럽의 소식을 국내 한 주간지에 싣고 있었던 저 역시 이들 가족의 투쟁의 역사를 보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당 기사_홈스쿨링 금지는 정당? ... 유럽인권 재판소 판결 '눈길')

짧게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독일 헤세 주에 거주하는 더크 원데리히 씨 가족은 2019년 1월 10일 유럽인권위원회의 최고 인권법원인 유럽인권재판소(ECHR)로부터 '홈스쿨링은 독일 내 불법 행위'라는 판결을 받습니다. 이들 가족의 홈스쿨링 판결에 유럽인권재판소까지 등장하게 된 것은 원데리히 씨 가족이 '자녀들이 정부가 승인한 지역 학교에 다니도록 강요함으로써 가정과 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유럽인권협약 제8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종교적 이유로 학교 대신 홈스쿨링을 택한 이들 가족은 4명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었는데요, 2013년 8월 40명에 달하는 공무원들(33명의 경찰관과 7명의 청소년 복지사)이 집으로 찾아옵니다.  독일 당국은 4명의 자녀를 3주 간 집을 떠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부모와 격리시킵니다. 이후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부부는 다시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유지하게 되지만, 전제가 있었으니 바로 홈스쿨링이 아닌 정부가 승인한 교육 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후 이 가족은 미국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법적 다툼을 하게 된 것인데요, 결국 6년의 싸움 끝에 유럽인권재판소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 판결 이후 원데리히 씨 부부는 즉각 반발하며 유럽인권재판소 내 최고위급인 그랜드 챔버에 항소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죠.

이처럼 독일은 홈스쿨링이 불법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심각한 질병이나 외교관 자녀, 아역 배우와 같이 '일하는 어린이' 등 홈스쿨링이 가능한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는 독일 정부는 홈스쿨링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홈스쿨링이 가능한 유럽 내 다른 국가나 미국 등으로 이주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도 했었습니다. (독일 당국은 어떤 경우, 홈스쿨링을 위해 다른 나라로의 이주를 막기 위해 여권을 빼앗까지 빼앗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민주 국가인 독일이 홈스쿨링을 강력 금지하는 배경에는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바대로 독일은 대학 교육까지 모든 학비가 무료입니다. 교육을 굉장히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로 여기고 '공공에서 모든 걸 맡아 제대로 잘 교육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홈스쿨링을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일례로, 독일 교육에서는 비판과 토론 등을 통한 다양한 의견과 생각의 수용이 중요한데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여기는 겁니다.

위 사례에 거론된 원데리히 씨 가족의 경우도 국가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돼 적절한 사회성을 갖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거죠. 물론 가족들은 가정 안에서만 아니라 다양한 클럽과 단체 참여도 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충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공교육 중심으로 모든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어마어마한 선행 학습이나 그로 인한 경쟁 과열 등이 없는 독일 교육의 장점을 거론할 때 '홈스쿨링 금지'는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처럼 이야기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행복하게 교육 받아야 하고, 그 교육은 국가에서 전적으로 맡아 할 것이며, 그러니 집에서 국가를 대신해 아이를 가르치거나 교육하는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다, 라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독일은 학교에 빠지는 것도 굉장히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아프거나 기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증명'되어야만 하죠. 우리나라처럼 '체험 학습'을 이유로 학교에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어느 정도로 관리되는가 하면, 방학을 앞둔 즈음 거짓으로 '이유'를 대고 여행을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항에 경찰이 배치되기도 합니다. 학교에 가야 할 아이가 학교 밖에 있는 경우를 '적발'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말이죠, 독일 내 홈스쿨링 금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습니다. 바로 전체주의적인 시각입니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려면 독일에서 언제부터 홈스쿨링이 금지되었는가를 따져야 하는데요, 공식적으로는 1919년이 그 시작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그래서 2019년을 '홈스쿨링 금지 100주년'이라고 보았던 거고요.

전체주의적 시각에서 홈스쿨링 금지를 바라보는 입장에선 히틀러 시대에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국민들에게 전체주의 주입을 위해 학교 교육을 의무화했고 따라서 국가의 주입에 반하기 쉬운 가정에서의 교육을 금지했다는 겁니다. 홈스쿨링 법적 금지 철폐를 위해 싸우고 있는 많은 이들은 이 부분을 주장합니다. 히틀러 시대의 산물을 어째서 지금도 유지하느냐는 것이죠. 미국 학교에서 30년 간 교사로 일했던 존 테일러 개토가 쓴 책 <수상한 학교>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학교 제도를 강력 비판하는 저자는 홈스쿨링을 금지하는 독일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강력 비판합니다. 그는 히틀러 시대에 대한 반성으로 모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비판적 시각을 중요시하는 독일이 어째서 아직도 그 시대에 결정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독일 당국에 여러 차례 답변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죠.

그 시작이 어떠했든 지금 현재 독일 당국이 홈스쿨링을 금지하는 이유는 당연히 '국가의 교육 책임'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있기 어렵습니다. 다만 시대는 달라졌고 교육도 다양성의 인정이 필요하며, 모든 경우에 그렇지 못하다 해도 누군가에는 홈스쿨링이 훨씬 더 좋은 교육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가져봅니다. '국가가 가정보다 훨씬 더 잘 교육할 수 있다'라는 것도 모두에게 다 옳은 진리일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나라의 사례가 아니긴 합니다만, 아이와 함께 홈스쿨링을 주제로 대화 형식을 빌어 토론해보시길 권합니다. 주변에 홈스쿨링을 하는 직접적 사례는 없지만 건너 건너 들어보면 홈스쿨링은 정말로 어렵고 힘든 과정이더라고요. 부모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의 수혜자인 아이들에게도 많은 책임과 때로는 심리적 압박도 따르는 일인 것 같습니다.

홈스쿨링으로 시작해 좋은 교육이란 어때야 하는가, 까지 논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에게는 학교가 왜 필요한지(학교가 절대적 최선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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