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넘어 문화가 된 토론

교육을 넘어 문화가 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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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교육은 시대적 흐름이기에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토론 교육을 많이 받는 분위기입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토론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술형 시험 확대 등으로 사고하는 과정이 없으면 점점 학습이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지역이나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토론 교과서를 편찬하고 토론 수업을 정규 과정으로 도입하기도 했지요. 주입하고 암기하던 산업화 시대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 소통 능력, 협업 능력 등을 키우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시대의 흐름상 당연한 결과이자 당면한 문제입니다.

토론은 종합 사고력 활동의 꽃이자 정수입니다. 단순히 생각하고 말하는 것만으로 토론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배경지식의 습득과 이해가 필요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체계화, 논리화하는 능력이 더해지며, 그것들을 연결하고 융합해서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생각해 내는 지점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때로는 어떤 것이 문제인지도 생각해서 찾아내야 합니다. 생각 활동으로만 끝이 아니지요. 내 생각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혼자 하는 활동이 아니다 보니 그 안에서 사회적인 능력도 배웁니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어떤 화법이 설득에 효과적인지도 배워가게 됩니다.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야말로 미래형 인재인 셈입니다.

‘엄마표 토론’을 시작한 이유

여기까지 들으면 많은 부모님들의 마음이 답답해질 겁니다. 토론 교육이 중요한 것도 알고 분명한 장점도 알겠고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게 방향 설정을 잘하긴 했는데 공교육이 어디까지 감당해 줄 것인가에 대해 확실한 믿음이 없는 부모 입장에서는 그저 부담으로만 작용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차라리 ‘문제 풀고 정답 맞추던 옛날 방식이 더 쉽다’는 농담 섞인 하소연도 이해가 갑니다. 그 무엇이든 입시와 연결되고 시험 성적이 중요한 우리나라 교육의 특수성 때문에 ‘그러면 당장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과 걱정에 휩싸이게 되지요. 이때 부모의 불안을 먹고 사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겨납니다. 각종 교과서 연계 사고력 학원, 사고력 학습지가 넘쳐나고 무엇이 됐든 토론과 연결 지은 교육법들이 등장합니다.

학원도 좋고 학습지도 좋은데 문제는 토론 능력은 짧은 순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쟁점에 대해 생각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이 짧은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고적 활동은 그 깊이가 어마어마합니다. 단기간 학습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요. 아주 어릴 때부터 접하고 일상적 활동이 되어야만 어떤 상황과 문제를 접했을 때 생각할 줄 알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토론은 학습이나 공부가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즉 문화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론 문화는 토론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심지어 학습의 결과로 인해 토론을 ‘매우 잘’ 할 수 있게 된다 해도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때 우리나라와 달리 서구권 아이들의 자기 표현력이 뛰어난 것이 동서양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독일에서 자라며 교육 받는 동안 ‘저절로’가 아닌, 아주 어릴 때부터 형성된 토론하는 습관이 사회 전체적 분위기로 이어지고 자연스레 토론 문화가 뿌리내리면서 얻어진 결과란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바로 그 지점이 제가 ‘엄마표 토론’을 직접 시작하게 된 절대적 이유였습니다. 학교 교육이나 사교육에 의존하는 공부의 형태가 아닌, 토론 자체가 일상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집에서부터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토론이 일상화된 삶

독일 대학의 한국어학과에 다니며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 대학생이 한국과 독일의 교육 문화 차이로 대화하던 중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과에 한국인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친구들이 정말 다 똑똑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죠.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이 되면 그 친구들은 자기 의견을 잘 말하지 않아요. 특히 정치 사회적 이슈가 나오면 더 그렇고요. 독일에서는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게 너무 이상한 건데 한국에서는 의견을 드러내는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교육적인 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한 지적이었습니다. 내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춘다는 게 어느 날 갑자기 그런 문화권의 나라에 와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배경 지식의 활용, 논리 정연한 화법 등 토론에서 필요한 테크니컬한 부분이야 뒤늦게 길러질 수 있을지 몰라도 생각하고 말하는 토론이 일상화된 삶,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등은 어린 시절부터의 경험과 환경을 통해 단단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 저자의 책 <생각이 자라는 아이>(시대인 발행)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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