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비판과 창의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제 수업에서는 진도 나가야 할 게 너무 많거든요. 교양 과목 중에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글쓰기'라는 과목이 있던데, 비판과 창의는 거기서 배우고 제 수업에서는 그냥 진도 나가면 안 될까요?"
B : "교수님, 비판과 창의적 사고력은 범용적인 능력이 아니라 영역 특정적인 능력입니다. 과학에서 하는 비판과 창의가 문학에 전이되지 않습니다. 수학에서 하는 비판과 창의가 사회 과목에 전이되지 않습니다. 이두박근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대퇴부에 근육이 생기지 않습니다. 비판과 창의는 연습과 훈련과 반복에 의해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자 영역 특정적인 능력입니다.(후략)"

A와 B 두 교수의 대화는 <IB를 말한다(창비)>에 실린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론과 논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교육 과정과 연계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들을 설명하기 위한 일화인데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비판과 창의는 영역 특정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들은 '전 과목'에서 비판과 창의를 기르고자 한다. 그래서 '전 과목'에서 꺼내는 수업을 하고 '전 과목'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한다. 전 과목에서 그냥 객관식 시험을 보면서 별도로 '논술'이라는 시험을 보는 우리나라 시스템은, 저들이 보기에는 매우 이상한 시스템이다. (...) 한국의 논술은 과목이 무엇인지 정해지지 않은 시험이어서 교육 과정과 연계성이 낮다. 그만큼 공교육에서 대비해 주기 어렵고 사교육에 의존할 여지가 크다. 반면 IB는 과목별 평가로서 교육 과정과 연계성이 높고, 그만큼 사교육이 작용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