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님과 상담을 하던 중 자연스레 화제가 '고교학점제'로 옮겨갔습니다.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의 첫 대상인 현 중학교 2학년의 학부모로서 걱정과 불안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교육 정책이 수시로 그것도 제대로 대처할 시간도 없이 휙휙 바뀌는 우리나라에서는 운 나쁘면 그 '첫 대상'이 되어 고스란히 그 혼란을 떠안아야 하니까요. 저 역시 수능 2세대인데요, 그나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고 2년 차에 수능을 봐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때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지막 본고사 세대였던 2년 선배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상담을 요청한 학부모님의 자녀는 저와 6개월 가까이 토론 수업을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어렸을 때 영어학원에서 '디베이트' 형식으로 수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그나마 토론 경험이 있는 편이죠.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토론 경험이 전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 중에 학부모님이 말씀하시기를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후회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토론의 성과라는 게 당장 오늘 배운다고 다음 달에 극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니 더 단단하게 내공을 쌓았어야 하는 건 아닌지 후회가 된다는 거죠. 그 다음 덧붙인 말씀이 저에게는 놀라웠습니다.

"다른 부모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고교학점제 때문에 대치동이나 목동 같은 곳은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동네도 학구열은 떨어지는 데가 아닌데 당장 중학교 1, 2학년 학부모나 걱정하지 초등학생 부모들은 발등에 불 떨어진 분위기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사교육 일번지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 발표 이후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토론과 논술을 엄청 시키는 분위기라고 하더라고요.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결국 '고교학점제'가 정착되려면 토론 논술식 수업에 평가 역시 서술형으로 하게 될 거라고 전망하는 거죠. 그렇게 일찍부터 토론과 논술 교육을 받은 친구들을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따라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