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 공부? 엄마의 말 무게!

엄마의 말 공부? 엄마의 말 무게!

평소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하고 계신가요. 엄마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그간 수없이 많이 이야기돼 왔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말 공부를 열심히 했던 저는 지금은 엄마의 '말 무게'를 먼저 생각합니다. 엄마의 말이 가진 무게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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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말이 가진 힘은 때로 굉장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에 충분하기도 하죠. 역사적인 인물들이 거론될 때마다 부모님(그 중에서도 특히 엄마)의 '말'이 함께 회자되며 '자녀의 성공적 미래를 만드는 말'이라고 소개되곤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아이들이 보는 위인전에도 엄마의 '말'은 반드시 어딘가 나오죠.)

삐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아무리 그래도 무슨 그 한마디 때문에 자녀가 역사적인 위인이 되었다니 말이 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어머니의 '위대한 말'에 주로 등장하는 '너라면 할 수 있어!', '무슨 일이든 네가 잘 할 수 있는 반드시 있을 거야!', '너는 틀림없이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라는 식의 말은 사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한 번 쯤은 했을 법한 말 아닌가요. 그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위대한 인물이 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셈이니 '자녀의 성공적 미래를 만드는 말' 어쩌고 하는 얘기는 다 결과론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저는 물론 그 한마디 때문에 역사적 인물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한 마디'가 아니라 그 말이 품고 있는 가치관, 교육관, 그리고 자녀를 대하는 일관된 태도입니다. 우리에게 소개되기로는 비록 한 문장에 불과하지만 그 말이 품은 한결 같은 믿음과 지지, 격려와 응원이 자녀를 키우는 내내 따라다닌 결과가 '성공적인 자녀의 미래'로 귀결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저는 또 '당연히' 그 한마디 때문에 역사적 인물이 만들어졌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부모의 말 한마디는 아이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만들고, 신념을 형성하고, 자존감을 키우고, 나아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나아가는 데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성공한 이들, 존경 받는 이들의 인터뷰를 보다 보면 "부모님의 그때 그 말씀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어요"라는 고백을 볼 때가 많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인생에서 어느 순간, 강력한 힘을 발휘한 그 '한 마디'는 있었겠지만, 그 문장이 평생에 걸쳐 딱 한 번이었을 리 만무합니다. 언제나 다른 방식으로 다른 언어로 표현되었겠지요.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말의 가치에 대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여기서의 '말'은 유창한 언어, 교양 있고 품격 있는 언어 등과 다소 다른 범주입니다.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보다는 더 깊이 있는 무언가, 즉 따뜻함을 지닌 말의 힘과 가치를 높이 평가합니다.

엄마가 된 후 다른 건 몰라도 아이가 따뜻한 말이 만들어내는 가정 안에서 자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애정 어린 말과 표현을 하는 건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지만 늘 그럴 수는 없습니다.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할 상황도 생기고, 때론 따끔한 지적이나 조언을 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다만, 야단을 맞거나 날카로운 말을 듣게 되더라도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고, 평소 부모가 하는 말들이 일관된 온기를 품고 있다면 크게 상처 받지 않고 아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말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의 말에 관해 조언해주는 육아서가 유행처럼 쏟아졌는데, 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였습니다. 좋은 공부였던 건 틀림없습니다. 딱히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 이런 식으로 매칭해서 '익히는' 공부라기 보다는 깨달음의 공부였습니다.

여기서 깨달음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특정 상황에서 '이런 말이 힘이 됩니다' 하는 언어 표현 자체에 대한 공부였고,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두 번째는 결국 엄마의 말 공부는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의 양육 방식과 태도의 실천에 관한 것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하는 '엄마의 말'은 결국 엄마의 교육관, 가치관, 신념 등이 드러나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좋은 엄마의 말을 '공부'해서 실전에 적용한다 한들 엄마의 태도가 일치하지 않으면 무슨 힘이 있겠어요.

말 공부도 좋지만 엄마는 말하기 전에 그 말의 무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제 신념입니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가진 무게감이 상황의 중심을 옮겨 놓을 수도 있고, 아이 마음의 결을 바꿀 수도 있고, 여린 마음을 단단하고 성숙하게도 만듭니다. 또 훌륭한 가치관을 형성하기도 하고, 자존감을 높이기도 하죠.

일상의 매 순간 무게감 있는 언행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떤 말로 아이를 이끌어줄 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하나 더, 그 말의 무게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엄마는 '행동'으로도 그 말이 진심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말과는 다른 삶을 산다면 과연 그 말이 아무리 묵직한 무게였다 해도 아이 마음에 안착하지 못하고 깃털처럼 날아가 버릴 테니까요.

말 무게를 절감했던 개인적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1.바로 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져 아이에게 긴팔 셔츠를 찾아 주었습니다. 계절 옷 정리가 아직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골라 입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다 보니 봄에 입던 옷이 약간 작아진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보기에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옷이 딱 맞다고 느껴졌는지 자꾸만 거울에 비추어보면서 '뚱뚱해 보이지 않는지'를 묻더라고요. '괜찮다'고 말해주고 등교 준비를 하는데 아이가 계속 거울 앞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습니다. 옷을 갈아입자면 학교에 늦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저는 두 말 않고 옷장을 다 뒤져서 넉넉한 옷을 찾아내 아이에게 건넸어요. "그냥 가도 돼, 늦잖아"라고 조심스레 말하는 아이에게 저는 "늦는 것보다 네 마음이 편한 게 더 중요하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엄마의 '괜찮다'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등교하는 차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엄마도 학교 다닐 때 아침에 입은 옷이 마음에 안 들거나 뭔가 신경이 쓰이면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었어. 그래서 늦을 수도 있지만 너한테 옷을 갈아입으라고 한 거야. 그런데 엄마가 보기엔 처음에 입은 옷도 전혀 작거나 이상해 보이지 않았거든. 그래서 '괜찮다'고 말했던 거야. 엄마가 아침에 바빠서 혹은 성의 없이 제대로 보지도 않고 '괜찮다'고 말한 게 아니었어. 앞으로 또 그런 상황이 생기면 엄마의 말을 믿어도 돼. 학교에서 불편함 없이 기분 좋게 지내다 오기를 가장 바라는 게 엄마거든."

아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알았어. 엄마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지!"

2.아이에게는 가족 같은 베스트 프렌드가 있습니다. 그 친구와는 늘 좋은 자극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서로 성장하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어떤 대회에 나가서 수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잘하는 친구이고 또 대회 수상이 그날이 처음이 아니었는데 그날 따라 아이가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니, OO이는 왜 다 잘해?"

아이는 아니라고 했지만 말투에서 질투심 혹은 부러움을 읽은 저는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00이도 잘 하는 게 많지만 너도 잘 하는 게 너무 많잖아! 너희들이 각자 잘하는 것을 보고 배우면서 성장해가는 걸 엄마 아빠들이 얼마나 뿌듯하고 기특하게 생각하는데! 너한테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해준 것처럼 네가 오늘 진심으로 축하해준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기뻐할 거야. 솔직히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엄청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해'라고 말하면서 뒤로는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도 많거든. 그런데 엄마는 네가 친구의 기쁨도 네 일처럼 기뻐하고, 친구의 슬픔도 네 일처럼 슬퍼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엄마도 늘 그래왔다고 말은 못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또 노력하면서 살거든."

그날 아이는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축하한다"고 말하더군요. 마지 못해 한 말이 아니었다고 100% 확신합니다. 지금도 아이는 그 친구를 무척 자랑스러워하거든요.

3. 작년 어느 날의 일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아이가 한 학년 어린 남자 아이에 대해 불평을 쏟아냈어요. 방과 후 시간에 함께 축구를 하고 있는데 축구를 잘하는 그 아이는 매번 우리 아이에게 '축구를 너무 못한다'느니, '그럴 거면 축구 수업에 왜 들어왔냐'느니, '너 때문에 졌다'는 식의 비난을 공개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그 아이에 대해선 익히 들었던 바가 있었는데, 우리 집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의기소침해져 더 이상 축구 수업에 가고 싶지 않다는 아이를 어떻게든 위로해야 했는데, 저는 직접적 위로 대신 이런 식을 택했습니다.

"그 친구는 정말 안타깝다. 왜  항상 그런 식으로 나쁘게 말하고 행동해서 많은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하게 만드는 걸까. 하루에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같이 보내는데 좋아해주는 친구가 없으니 그 아이는 정말 너무 안 됐어."

아이 편을 들어주며 그 아이 험담을 같이 할 수도 있었고, 무시해 버리라는 식의 가장 쉬운 조언을 해줄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보다는 아이에게 그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주고 싶었습니다. '비난을 받아 화가 나는 나'가 아니라 '비난을 하는 안타까운 그 아이'로 상황의 포인트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 학교 생활은 아이가 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비슷한 일들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텐데 그때마다 함께 화를 내주거나 상대를 욕해주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그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주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 후로 아이는 그 아이에 대해 거론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어쩌다 다시 화제에 오를 때도 있지만 그때와 전혀 다른 태도로 '걔는 진짜 왜 그런지 모르겠어' 하는 안타까운 말투인 걸 보면 마음이 많이 단단해졌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이는 늘 부모가 하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듣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조차 듣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에, 인격에, 태도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매 순간 말의 무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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