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지인의 딸을 최근 인터뷰했습니다. 친구 관계를 비롯해 사사건건 딸아이와 부딪치는 상황에서 무척 힘들어하는 지인을 보면서 제가 먼저 제안한 일이었습니다.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그에 대해 대화(라기 보다는 설전)를 나누다 제대로 된 해결책 없이 단순 봉합하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아이의 속 마음은 무엇인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말싸움이나 다툼 비슷한 형태로 오가는 말들, 아이가 갖고 있는 불평과 불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등을 전해 들으며 대략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긴 했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각색'된 내용이 아닌 날 것 그대로를 들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상대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싸우는 것도 잘 할 수 있고 합리적인 해결책도 찾을 수 있는데 그건 그 상대가 아이라 해도 마찬가지니까요.
평소 제가 우리집 아이를 주기적으로 인터뷰하면서 성장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의 딸은 같은 맥락에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아이는 매 질문마다 쉴 새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는데요, 엄마가 아닌 제 삼자와는 감정 빼고 객관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작용했겠지만 그간 이런 '대화'가 고팠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다툼이 있을 때 다소 흥분한 상태에서 쏟아내는 '말'이 아닌 활자화 된 '기록'으로 사춘기 아이의 생각을 들어본 이번 일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대화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굉장히 따뜻하고 소통이 잘 되는 모녀 관계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서로 깊은 대화가 필요한 지점에서 번번이 튕겨나가는 것을 보니 깊고 진지한 대화를 해본 경험이 부족하거나 익숙하지 않음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