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대안처럼 제시되던 방식 중 하나였죠. 주입식 교육, 점수를 매기고 그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 입시 결과가 오로지 단 하나의 목표가 되는 교육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해내는 것, 토론 교육이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본 겁니다.

그러나 토론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아는 것과 실천의 여부는 전혀 다른 얘깁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공부와 시험, 입시와 진학이 훨씬 중요합니다. 공부도 그렇고 세상 모든 일이 이상과 현실은 다른 거니까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상을 추구하기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이 더 급합니다. 학교 수업에 학원 공부에 선행 학습에 각종 수행 평가까지, 어차피 과목으로 배우는 것도 아닌 토론은 당연히 뒤로 밀릴 수밖에요. 게다가 부모 세대부터 토론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경험이 없으니 아무리 중요하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다 한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일 뿐인 겁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괜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거죠.

조금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현 상태로는 토론식 교육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는 게 부모 입장에선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학교도 가정도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말로만 '토론이 중요합니다' '토론식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육 시스템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데 이 상태에서 토론만 들여온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토론식으로 배우는 공부는 또 어떻게 평가하나요, 누가 하나요. 객관적이라고 어느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결과에 이의제기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혼란만 가중되겠죠. 그렇다고 토론식으로 배우고 시험은 여전히 지금처럼 객관식으로 치르면 그건 또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래서 부모들은 교육계에서 토론식 교육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불편한 게 당연합니다. 그냥 지금처럼 과목별로 공부하고 정답이 딱 떨어지는 시험을 보고, 정직하게 점수를 받아 진학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죠. 몇 해 전 독일 대학생을 인터뷰했을 때 그 친구가 토론식 수업과 에세이 방식의 시험에 대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